PSAT는 본래 National Merit Scholar라는 장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서 1955년에 만든 시험입니다. 정해진 인원의 합격자를 지역별로 균등하게 안배하기 위해서 컷트라인을 각 지역의 교육수준에 맞춰서 다르게 조정하는 등, 기회균등의 원칙을 지켜온 점이 특히 눈에 띄는 시험이지요. 이 시험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받는 장학금은 미국 대학의 등록금에 비하면 실로 보잘 것 없는 액수이지만, 이 컷트라인을 통과한 학생들이 대학에 지원할 때에 도움되는 다른 중요한 혜택에 대해서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해마다 10월 중순경에 약 150만 명의 11학년 학생들이 이 PSAT시험을 보게 되는데, 그 중에서 약 5만 명(3.3%) 이 1차로 추려진 후, 3만 4천 명에게는 장려상(Commended)이, 그중에서 16,000 명에게는 결선 예비자(Semi-finalist)라는 타이틀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결선 예비자 중에서 약 1,000 명의 자격 미달자를 걸러낸 후에 15,000 명(전체의 1%)의 최종 합격자가 발표됩니다.
그런데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에는 지원자가 이 PSAT의 컷트라인을 통과했는지 여부를 눈여겨 본다는 것이 사실상 PSAT 점수의 더 중요한 용도입니다. 통계적으로 아이비리그 수준의 대학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은 아시안 학생들 대부분이 이 16,000 명의 명단에 들어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이제는 다 알려진 비밀이지만, 명문 대학에 지원한 아시안 학생들의 경우, SAT 본시험에서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해도 지원자의 이름이 National Merit Scholar의 Semi-finalist 명단, 또는 최소한 장려상 수상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을 경우, 대부분 불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이것은 처음 본 SAT의 점수가 그 사람의 사고력을 꾸밈 없이 드러낸다고 믿는 대학이 많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11학년에 진급하자마자 보는 PSAT가 첫 SAT나 마찬가지라고 믿는 대학이 많다는 사실과도 일치합니다.
한 가지, 한인 학생들이 유의할 점은 PSAT는 각 학교별로 모든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이 시험에 어떤 이유에서라도 불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참했을 경우에는 PSAT 성적이 없어서 대학 입학 지원 시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이 주의사항은 SAT 대신에 ACT 성적을 제출하는 학생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2016 년에 개정된 SAT/PSAT는 예전에 비해 문제의 난이도가 뚜렷하게 상승하고 문제의 분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제는 매일 일정 시간 동안 글을 읽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한층 더 중요해졌습니다.
독해 훈련의 목표는 글을 빨리 읽고 그것을 정확히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감각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능력은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에게서 배운다 해도, 또는 아무리 뭘 열심히 외운다 해도 터득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운동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눈과 입으로 직접 읽어야만 단련되는 감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인들 중에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열심히 학업에 열중하는 우리 아이들 중에 독해 능력 부족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학교에서 받아오는 영어 성적이 곧 리딩 성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학교의 영어 시험은 Reading 시험이 아닙니다.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가르친 내용에 대하여 묻고 답하는 기억력 테스트일 뿐입니다. 반면에 독해 능력을 진단하는 SAT/ACT 시험에서는 배우지 않은 것에 대해서 묻기 때문에 암기한 지식은 도움이 안 됩니다. 그래서 단순 암기에 의존하여 학교 성적을 관리해온 학생들은 PSAT나 SAT 성적표를 처음 받아보고 나서 낮은 리딩 점수에 충격을 받곤 하지요.
10 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서 만들어진 기존 SAT의 리딩 시험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읽는 훈련을 여전히 하찮게 여기면서 어떻게 고 난이도의 SAT/PSAT 리딩 시험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우리 애는 학교 숙제가 많아서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리딩은 한가한 때에나 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참으로 가슴 답답한 동양식 교육문화를 느끼게 하는 말이지요. 대부분의 한인 학생들이 대학 입학 지원서를 준비하는 과정의 막바지에서, SAT 또는 ACT의 낮은 리딩 점수에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원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을 포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리고 다른 과목과는 달리 독해 능력은 타인에게서 배울 수도 없고 단기간에 해결될 수도 없는 유일한 과제였다는 여러 경험담을 귀담아 들었다면 “바빠서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독해력을 꾸준히 향상시키는 데에는, 운동 선수가 일상적으로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하듯, 매일 지속적으로 일정한 양을 읽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수 조건입니다. 같은 글을 적어도 세 번 이상 입으로 읽어주면 훨씬 더 빨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발표된 바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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